내가 어릴 적 살던 도시는 전형적인 군사도시로,
다른 도시들에 비해 술집, 캬바레, 회관,
클럽 들이 즐비했고, 항상 여기저기 XX회관
기본 OOO원이라는 광고 포스터가
덕지덕지 붙어 있었다.
그 포스터 안에는 어김없이 테너 색소폰을
입에 물고 지긋이 눈을 감은 아저씨들
사진이 들어가 있었고...
그리하여, 어린 나에게 색소폰이란 sex랑도
발음이 비슷하고, 회관이나 캬바레 같은 데서,
야리꾸리한 음색을 뿜어대는
굉장히 성적인 ( 어린 나이에!) 상징이
되어 버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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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학생이던 나는 참 안 좋은 습관으로
평소에는 무작정 놀고, 시험기간만 되면,
일주일 밤을 새워가며 달달달 암기를 하곤
했었는데, 그날도 어김없이 시험기간에
맞춰 밤을 새고 있었다.
(지금 생각해보니 약국에서 각성제도
사 먹고 했었다. 가만 생각해보니
미쳤었던 것 같다.
먹은 나도...약을 판 약사도...)
당시에는 뭐,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,
학생들은 라디오를 참 많이 들었었는데,
가끔씩 심야에 수준높은 음악들을 방송하곤 했다.
( 전영혁의 음악세계도 이 때 듣기 시작했다.)
누구나 그렇듯이 록이나 메탈 음악이
중독성이 있다보니 재즈나 고전음악에
비해서는 쉽게 입문이 되었고, 당시의 나에겐
재즈 하면, 시.끄.러.운. 가사도 없는
지.루.한. 이상한 연주곡들이었다.
새벽 두시를 넘어 가며
정신이 몽롱해지던 그 때,
라디오를 통해 분명히 캬바레 색소폰
소리가 흘러 나오는데,
어.... 뭔가 다르다...
귀를 차~악 감는다고 해야할까?
벤 웹스터의 특이한 마지막 호흡처리,
그 흡흡흡흡흡 하는 느낌이 참 좋았다.
(이게 그 만의 개성적인 연주법이라는
것은 당연히 나중에 알게 된 사실)
아..... 재즈란 이런 것이구나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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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r. Bear's BLOG ::: 음악여행
#8 Ben Webster ,
재즈와의 첫 대면
그렇게 벤 웹스터로 재즈에 입문하게 되고,
가끔씩 '엘리제를 위하여'나 치고
거실 한 구석에서 썩어가던 피아노는
재즈 연주법을 하나하나 공부해 가며,
왜 진작 이런 멋진 음악을 알지 못했을까
하는 자책까지 해가며,
점점 더 깊이 깊이 재즈에 빠져 들게 되었다.
초등학교 때 처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,
그 지루하고 힘들었던 피아노 연습들,
왜 피아노 학원에서는
음악을 가르쳐 주지는 않고,
피아노 테크닉만
그렇게 지루하게 훈련을 시켰었는지...
음악을 먼저 가르쳐 주었다면,
너무나도 재밌게 그 과정들을 거쳤을 것을.
그 멜로디도 없고 이상한 '하농'이란 녀석을,
음표 하나 틀릴 때마다
30Cm 자로 손등을 내리치던,
그 선생님, 잘 계시는지요? (뭐...뭐지?;;;;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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